(지난 2006년 월드컵 기간동안 독일 구석구석을 자동차로 여행하며 남겨놓은 글과 사진들을 뒤늦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기억력이 얼마나 허락할지 모르지만, 이 글을 통해 그때 받았던 느낌들을 몇십년이 지난 뒤에도 되돌아 보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6월 10일 : 인천공항->호치민->프랑크푸르트
6월 10일 오전 인천공항 활주로. 10시 50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바람에 1시간 가량 이륙이 지연되고 있다. 엊그제 뉴스에서 본, 번개에 맞아 조정석이 날아가고 비상착륙 했다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머리속에서 애써 지워가며 좁은 좌석에 앉은 채로 묵묵히 대기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대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출국이 좌절되고, 다시 복잡한 회사생활로 돌아가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둘다 어리석은 생각들이지만, 분명한 건 지금 내게 후자가 더 두렵다는 거다.11시 45분 드디어 출발. 비구름 속을 빠져 나오느라 출발하자마자 흔들림이 장난이 아니다. 그 동안 비행기 탔던 것 중에 가장 악조건인 듯. 게다가 싼값에 혹해 예약한 베트남항공 비행기라 순간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으면 좋으련만.. 어젯밤 짐 싼다고 밤을 꼬박 샌 아내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만 잔다. 나역시 어제 잠은 2시간 밖에 못잤지만 속이 편안한게 컨디션이 나쁘진 않다. 입맛은 없었지만 형네 부부랑 공항에서 김치전골에 밥 한그릇 뚝딱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베트남항공.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결론은 뭐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막상 타보니 좀 지저분하고 약간 오래된듯한 비행기인 점 말고 특별히 나쁜 점은 발견 못했다. 어차피 외국항공사라면 기내식 맛이 거기가 거기고 국내 항공사처럼 너무 오바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챙겨줄 것 다 챙겨주는 기내 서비스는 만족스런 수준이다.게다가 한국인 승무원이 두명이나 있어 의사소통 불편도 없었다. 그리고 이건 나중 이야기지만 호치민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최신식 비행기에 기내시설이나 서비스까지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15시 30분 호치민 도착. 출발이 늦었다고 속도를 더 냈는지 약간만 연착됐다. 호치민 탄솟냣 공항은 줄지어 늘어선 면세점만 없었다면 꼭 어느 시골 공항 같다. 활주로에 비행기도 많지 않고 시설도 많이 낡아있다.비행기에서 내려 출구를 따라 나오다가 왼쪽에 transit desk를 발견. 비행기표를 보여줬더니 뭔가 분홍색종이에 체크를 하고 6시까지 4번 게이트로 오면 저녁밥을 주겠다고 한다. 음.. 이건 첨 듣는 얘기인데... 원래 계획대로 호치민 시내관광을 나가야 하나? 아님 그냥 공항에서 기다릴까? 뭐 길게 고민할 새도 없이 transit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우리 여행신조가 '하나라도 더 보자' 아닌가. 입국심사 아저씨 왈 “오늘 밤에 출국할 거면서 뭐하러 입국하느냐” 어 이거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꿋꿋이 나갔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끝에 출입국신고서에 도장을 받아냈다. 하긴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stay-over할 수 있는 시간도 줄었고, 에어컨 바람 아래 시원한 공항 안에서 기다리면 밥도 주고 하겠지만... 게다가 공항출구에서 우리를 이상하게 여긴 공항직원에게 듣기로 나갔다 들어오면 공항세 인당 14달러도 따로 내야하고 분홍색 밥쿠폰도 무효가 된다고 하니 입국심사대 아저씨가 말릴만도 했다 싶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언제 다시 호치민에 와보겠냐며 돈좀 깨지더라도 원래 생각했던 대로 더 돌아 다녀야 직성이 풀리지 않겠나 싶어 과감하게 공항을 나섰다. 사실 짧은 여행준비기간 상 호치민 시내 여행은 거의 준비를 못했다. 인터넷에서 여행기 몇개 읽은게 전부이니 우리도 참 대책이 없다.
후끈한 열기를 느끼며 공항을 나서니 무슨 연애인이라도 입국하는듯 포토라인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택시 필요없냐며 달려드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일단은 공항을 배경으로 사진부터 찍어야겠다는.. Wait a minute! We’re going to take a picture! When do you go?? In five minute! 그렇게 나의 영어회화 본능은 깨어나고 있었다.이때 아까 그 분홍색 종이를.. 공항을 나가는 순간 저녁밥 쿠폰은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공항 빠져 나오기 직전에 알게 된.. 그 종이를 탐내는 파란 옷의 택시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 말인즉슨, 분홍색 종이만 주면 돈 안받고 호치민 시내로 택시를 태워주겠다. 그러니 따라와라. 이게 또 무슨소린가? 여행시작부터 예상못했던 얘기들이 너무 많지 않나? 침착하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스탑오버 승객을 위한 서비스를 표시한 종이고 여기 transportation 칸도 있는 걸로 보아(우린 물론 X표시가 되어있지만) 이 아저씨는 이걸 돈대신 받고 우릴 태워준 후 베트남항공에서 돈을 받는.. 뭐 그런 시스템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지금까지도 이부분은 불명확하다.) 그래서 내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를 “아저씨, 내가 베트남항공에서 듣기로는 이걸로 밥만먹는 거지 택시를 탈수 있다고는 못들었다. 그러니 난 그냥 일반 택시 타고 가겠다” 이때 옆에서 끼어드는 또다른 아저씨 왈, "Are you Japanese?" 아 내가 당당히 대답할수 있는 영어다! 가소롭다는 웃음을 날리며 "No, I’m Korean." 이때 날아오는 “안녕하세요~”라는 멘트.. 아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 아저씨에게 당했을까.. 이 아저씨 재빨리 분홍종이를 내 손에서 빼았더니 파란옷 기사를 따라가란다. 비록 무효가된 식사쿠폰이지만 뭔가 강탈당하는 것 같아 다시 종이를 빼들곤 난 다른 택시를 타겠소 외쳤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뭔가 흥정을 하려는듯 10달러를 내란다. 하하하 드디어 내가 인터넷에서 봤던 정보를 활용하게 되는구나.. 무슨소리 하냐 5달러 이상은 못준다. 그럼 7달라만 내라. 그럼 빠이빠이다. 줄지어 서있는 다른 택시에 다가가 렉스호텔, 5달러! 를 외치며 잽싸게 들어앉고 공항을 빠져나왔다.택시는 예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봤던 도시풍경 속으로 직진을 거듭한다. 아니 마닐라 보다는 조금더 낫다. 마닐라보다는 아주 조금더 덜 지저분해 보이며 조금더 여유롭고 넓은 느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로를, 나름대로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대로를 장악해버린 오토바이들을 보니 정말 마닐라랑은 다르다. 다른 베트남 도시들도 그런지 모르지만 호치민은 정말 오토바이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 같다. 수많은 카풀 오토바이들이 엉켜서 지나가지만 절대 부딪히거나 사고가 나지 않는... 게다가 오토바이에 탄채로 옆에 지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택시는 그사이를 빵빵소리를 초당 3회이상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건 또 마닐라랑 비슷하네, 마닐라 시내에서 우리를 이동시켜 주었던 봉고차 아저씨도 빵빵소리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었다. 운전중에 화를 내거나 그러진 않는데 그냥 습관적으로 크락션을 눌러댔었다. 참 또한가지 신기한 것은 마날리나 호치민이나 빵빵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지많은 않다는 것이다. 한국 택시아저씨들이 내는 신경질적인 빵빵소리에 비하면 차라리 정겹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국의 도시 안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설명돼있던 대로 KFC가 보였고 좀더 가니 롯데리아가 보였다. 근데 그 근처라던 렉스호텔까지 한참 더간다. 어 이거 내 말을 잘못알아들은거 아냐? 기사아저씨한테 벤탄시장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아저씨 대뜸 "벤탄시장? 2달러 더!"를 외친다. 영어를 잘 못알아 듣는 대다 특유의 바가지 정신까지 갖춘 한마디였다. 아니 그냥 렉스호텔에서 내려주세요... 꼬리를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려한 호텔가 한쪽의 렉스호텔 앞에 내릴수 있었다.(아래 사진 왼쪽편이 렉스호텔임.)자 그럼 여기서부터 어떻게 돌아다니지? 메모지에 길이름이랑 거리 정도로 벤탄시장을 기록해놓긴 했지만 길 이름 표지판도 보이지 않고(좀더 익숙해지고 나서 알게됐지만 길가 가게 간판을 보면 각각 주소가 적혀있어서 길이름을 쉽게 볼수 있다.)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가 막막했다. 이때 온화를 미소를 짓고 있는 렉스호텔 벨보이 아저씨. 벤탄시장이 어디에요? 코너돌아서 오른쪽으로 쭉 가세요~ 아 정말 고마웠다. 짧은 영어로 이렇게 만족스런 대답을 듣다니.. 아저씨가 알려준 길로(Lolei) 한참을 가는데 길가마다 앉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뭔가를 먹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배고프다. 빨리 벤탄시장을 찾아서 쌀국수를 먹어야하는데.. 벨보이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가고는 있으나 왠지 불안하다. 분위가 너무 서민적이다. 잘못된 길로 계속가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길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 이때 신호등을 건너오는 외국인 커플. 그래 차라리 저들에게 물어보자. 내 영어본능이 또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 그냥 계속 가면 있단다... 다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곳을 지나니 드디어 인터넷에서 봤던 말탄 아저씨 동상이 있는 교차로가 나타났다.음 그런데 어디가 벤탄시장이지? 뭐 나름대로 시장이름이나 입구를 표시해뒀겠지만 글을 전혀 모르니 직감에 맡길 수밖에... 넓은 베이지색 건물로 들어서니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봤던 바로 그 시장 풍경이 펼쳐졌다.옷, 장신구, 커피원두 등등 갖가지 물건들이 빼곡히 채워진 이곳 시장은 어찌보면 남대문시장같기도 하다. 골라골라하는 박수소리는 없었지만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딜가나 치열하다. 장사 자리를 잠시라도 비우지 못해 그자리에서 잔치국수를 드는 한국의 시장아줌마들처럼 이곳 아줌마들도 뭔가 쌀국수로 추정되는 음식을 맛있게 들고 있다. 아 근데 정말 배고프다...인터넷에서 봤던 시장안 먹자골목도도 발견했으나 막상 메뉴도 모르겠고 그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반기는 것 같지 않아 쉽게 앉지 못하고 옆쪽 문을 통해 시장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곳에서 발견한 Pho24... 근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레스토랑처럼 보여 약간 망설여졌으나 우선 땀을 좀 식혀야 하겠기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얼마만의 에어컨 바람인가.이곳 메뉴는 쌀국수, 각종 과일음료, 그리고 스프링롤 같은 각종 사이드메뉴들이다. 쌀국수 가격은 28000동 정도, 음료는 15000~18000동 정도. 엄청 큰 숫자지만 한국돈으로 치면 1500원~2000원에, 달러로 치면 1~2달러에 해당하는 싼 가격이다. 우리는 전자사전을 열심히 찾아 가며 안심쌀국수로 추정되는 것과 치킨쌀국수, 펩시콜라와 구아바 주스를 주문했다. 곧이어 나온 음식. 우선 베트남인들은 소식을 한다고 얼핏듣긴했지만 그래도 쌀국수의 본고장에 왔는데, 양은 좀 아쉽다. 그리고 한국처럼 숙주나물을 산처럼 쌓아주지 않고, 파, 레몬, 라임, 그리고 정체불명의 풀잎을 함께 내온다. 일단 국물부터 떴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더 맛이 깊고 진하다. 면발은 약간더 굵고 부드럽다. 까망/빨강 소스도 더 진하고 뭔가 토속적인 맛이 느껴진다. 문제는 정체불명의 풀잎. 여러가지를 있는대로 넣다가 그 풀잎도 왕창 넣었다. 잎모양이 다른데 설마 고수겠어? 그러나 고수였다. 첫 맛은 한국고수 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고 깔끔했지만 역시 고수맛은 똑같았고 국물맛도 다소 변질 되버렸다.정신없이 먹고 나니 이제 땀도 좀 식고 밥먹는 동안 쏟아붓던 비도 그쳤다. 빌을 들고온 웨이터에게 얼마없는 달러를 아끼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었으나 현금만 된다고 한다. 테이블에서 달러를 주니 계산하고 남은 돈을 가져오는데 호치민 얼굴이 그려진 1000동짜리 지폐다. 우리돈으로 백원도 안되지만 지폐가 깔끔하니 마음에 들어서 그거 구경하느라 팁 줄 생각을 못했다. 사실 팁을 받으려는 눈치도 아닜었고... 미국처럼 그렇게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는 분위기에는 적응을 잘 못하겠더라. 얼마를 어떤식으로 줘야하는지 미국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한동안 시간이 걸릴 문제다.(지금 미국에 온지 반년 넘게 흘렀지만 이때 생각에서 별로 발전을 못했다.)Pho24를 나오니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서인지 길이 축축하다. 바로 옆에 있는 Pho2000 발견. pho24는 사실 인터넷에서 본 pho2000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들어간 곳인데, 어이없게도 그 다음다음 집이 pho2000이었다. 훨씬 서민적인 분위기에 왠지 음식도 더 맛있을 것 같다. 다음에 또 온다면 저길 꼭 가봐야지... 우리가 호치민에서 하기로한 일 중 남은 한가지는 발맛사지다. 벤탄시장으로 오늘 길에 예쁜 언니에게서 받은 찌라시를 열심히 보며 정말 싸다는 걸 확인하고, 렉스호텔이 있던 호텔가로 돌아가 그 근처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시내지도 한장 들고오지 않은 터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맛사지샵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계산해 보니 맛사지 받고, 택시 타고 다시 공항으로 가려면 달러가 좀 부족할 것 같기에, 우선 렉스호텔 건너편에 있는 ATM에서 베트남돈을 찾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달러를 준비해왔어야 하는데, 당장은 쓸 일이 없을 줄 알고 예전에 출장갔다와서 남은 돈만 챙겨온게 잘못이었다. 다행이 '카드하나로 전세계 어디서든 수수료 없이 현지 화폐를 찾을수 있다'는 씨티은행 ATM이 눈에 띄었다. 출국 직전에 이 사실을 듣고 씨티 현금카드를 따로 만들어 왔는데 이렇게 금방 활용하게 될줄은 몰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 기계는 고장나 있었고 바로 뒤, 씽크대 문을 열듯이 유리문을 열어야만 기계를 만질수 있는 다른 ATM에 카드를 넣어야 했다. 최소 5만동에서 몇십만동까지 찾을 수 있다는데 우린 뭐 돈이 더 필요하겠어? 하며 5만동만 찾았다. 그러나 5만동은 잘 생각해보면 3천원 좀 넘는 금액밖에 안된다. 워낙 베트남 화폐단위가 크다 보니 이런식으로 착오가 생기기 쉬운 것 같다.일단 돈은 찾았고 대각선 건너로 무작정 갔다가 에어컨 바람을 쐬러 백화점에 잠시 들어갔다. 그곳 안내데스크에 찌라시를 내밀며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땀을 식힐 정신도 없이 알려준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맛사지샵도 에어컨이 잘돼있을거야 그러면서... 그러나 그 맛사지샵은 번지를 보아하니 거리가 꾀 멀었다. 아까보다 길 양쪽에 호텔도 많고 고급스러웠으나 너무 멀리까지 갈 힘은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한 호텔. 호텔에서 운영하는듯 보이는 맛사지&사우나 간판. 저기다 하고 들어가 벨보이의 안내로 6층까지 올라갔다. 큰 호텔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호텔에서 하는 곳인데 비싸지 않을까 의심하며, 들어서자마자 가격표부터 봤다. 의외로 비싸지 않다. 바디맛사지 1시간에 10만동, 우리돈으로 6~7천원? 으 한국가격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여기다! 내심 동의하고 돈을 지불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시간이 늦어 시내관광은 힘드니 간단하게 발맛사지나 받고 장거리 여행에 대비하자!!였는데, 그냥 싼맛에 바디맛사지로 계획변경.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키작은 베트남 언니를 따라 들어간 독방. 난 탁트인 곳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사지를 받았던 필리핀 해변의 리조트를 기대했으나 다소 퇴폐적인 냄새가 나는 공간이었다. 매트에 업드리자 곧바로 시작된 오일 맛사지, 맛사지 본연의 시원함은 없었으나 그래도 싼가격에 이게 어디냐 싶었다. 1시간이 훌쩍 지나고, 뭔가 의사소통이 안됨을 느끼던 찰나 작은 종이를 내밀며 맛사지가 끝났단다. 음..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고객만족도 조사하나? 역시 호텔인데다 분위기도 퇴폐적인 것치고 너무싸다고 했어. 말인즉슨, 카운터에서 낸 돈은 호텔이 같고 자기들한테는 따로 팁을 줘야한다고 얼마를 줄지 쓰란다. 난 처음 와서 얼마를 줘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던진다. It’s up to you! 음 그래? 난 못 알아들은 척하고 방을 빠져나와 탈의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아직 안끝난 것 같고 난 팁을 줘야하는데 돈은 없고, 아무래도 남자한테만 이상한 짓을 하고 팁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내가 팁을 줘야한다고 하면 아내가 오해할 것도 같고... 옷은 갈아입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내가 아주 만족한 얼굴로 나왔다. 그래 그럴줄 알았어 남자들 상대로 이상한 짓하는 곳이고 가끔 여자가 오면 열심히 맛사지해주는 그런 곳이었어. 그나저나 팁얘기를 어떻게 꺼내지? 같이 탈의실에 들어가 물어보니 아내도 팁얘기를 하는 것 아닌가?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돈을 얼마 안찾아서 없는데 둘다 팁을 줘야하니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를 맛사지한 언니는 집에가면 남편이 때린다는둥 앓는 소리를 했다는데도 팁을 1달러만 썼다는데, 난 이미 카운터에 물어봐서 보통 2~5달러를 준다고 얘기까지 들은 상태였다. 에이 뻔뻔해지자... 가방을 챙겨들고 내 종이에다 2달러를 쓰고 합쳐서 3달러를 주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확인되진 않은 정보지만 우리의 결론은, 건전한 맛사지는 뷰티샵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곳이고 맛사지&사우나라는 명칭은 다소 퇴폐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것.
그나저나 맛사지 비용이 팁 때문에 10달러나 나가버려 달러를 다 써버렸다. 남은건 5만동과 쌀국수 먹고 남은 1천동 그리고 동전몇닢... 가방에 유로화를 가득 넣고 다니면서 이렇게 돈이 없어서 쩔쩔매게 될 줄이야. 우린 공항 갈 택시비를 마련하고자 다른 ATM에서 다시 5만동을 찾았다. 이때 알게된 사실! 씨티카드 ATM이 아니라서 그런지 수수료가 2만동이란다. 그럼 아까랑 합쳐서 10만동, 즉 7천원 인출하는데 수수료가 3천원!? 음... 억울하지만 어쩌겠나 한번에 많이 찾을걸...
길가에 세워둔 라노스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왔다. 달러로는 5달러라고 해놓고 베트남동으로 준다니까 8만동을 내놓으란다. 공항 진입료도 자기가 냈다면서... 몇백원가지고 실랑이 벌이기 실어 그냥 주고 내렸다. 공항에 들어서자 우리를 부르는 공항 직원 아줌마 두명. 공항세를 내고 가란다. 아 이게 아까 들었던 공항세구나. 아차 그런데 또 돈이 없다. 달러도 베트남 동도.. 근데 이 아줌마들 한국돈도 받는단다. 14달러씩 2명이니 28달러인데 계산기에 4만원을 찍어 보여준다. 택시도 그렇고 공항도 그렇고 환율은 항상 자기들 마음대로다. 우리가 난색을 표하자 아줌마는 35000원을 다시 찍어보인다. 참나 공항세도 에누리대상인가? 다시 ATM을 찾아나설까 하다가, 베트남 돈을 더 찾아봤자 이제곧 비행기타고 갈텐데 뭐하겠나 싶어 그냥 한국돈으로 35000원을 주고 2층 입국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잠시후, 공항에서 탑승시간까지 2~3시간 남았는데 뭘 먹고 사는 것 이외에 할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피자도 맛있어보이고 쌀국수도 또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먹다니... 그것도 무슨 동경이나 뉴욕 같은데도 아닌 베트남에서... 여러군데서 확인했지만 베트남에선 신용카드가 무용지물이다. 우린 주머니속 동전까지 모두 꺼내 금액을 확인해봤다. 이 돈으론 전혀 음식을 사먹을 돈이 되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축구가 보이는 자리에 가방을 두고 홀로 공항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1달러짜리 음료수. 오렌지 그림이 그려진 캔을 하나 들고 계산대로 가니 1이라는 숫자를 찍어 보여준다. 나 달러가 없는데, 어떻게 베트남동으로 안될까요? 16000을 다시 찍는다. 휴~ 베트남 동전을 있는대로 주고 음료수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왔다.미란다의 짝퉁으로 추정되는 미린다. 그나마 맛은 비슷하다. 나중에 기내식 맛있게 먹어야지하며 아무리 달래려 해도 3달러짜리 피자 한조각 쌀국수 한그릇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지루한 딴나라 축구경기를 보는둥 마는둥... 그렇게 잠시후 우리는 수많은 독일인들에 섞여 베트남항공기에 올랐다. 이번 비행기는 한국에서 타고 온 것보다 훨씬 크고 좋아 보였다. 시간도 많이 늦은데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비행기에선 지겨울 겨를이 없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 비행기는 어느새 카스피해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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